플러그인 이야기 - EQ cramping : 알고 쓰면 나쁘지 않다
디지털 EQ는 사실, 아날로그 EQ를 완전히 따라할 수 없습니다.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이퀴스트 한계에 막혀 고역대 응답이 이상적이지 못한 것을 ‘EQ Cramping’이라 합니다. 이는 아날로그에서는 무한한 대역폭을 가지는 응답이 디지털에서는 나이퀴스트 대역에 맞게 쪼그라들기 대문에 발생합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Bell이나 Shelf의 주파수, 위상 응답 모두 고역대로 갈수록 좌우로 좁아지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기법들 또한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Bell 위에 Shelf를 일정 비율로 더하는 식으로 주파수 응답을 변형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추가적인 딜레이 없이 준수한 결과를 볼 수 있지만, 위상응답은 맞출 수 없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FabFilter Pro-Q의 Zero latency mode입니다.
다음으로는 오버샘플링이 있습니다. 주파수 응답과 위상 응답 모두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추가적인 딜레이가 발생하고, DSP의 연산량 또한 늘어납니다. Pro-Q의 Natural Phase mode나 TDR의 EQ들이 이렇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기법들이 꼭 필요할까요? 만약 이것이 특정 하드웨어를 복각하는 타입의 EQ라면 꼭 필요할 것입니다. 주파수와 위상 응답, 그리고 Q값에 따른 작동이 하드웨어와 일치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순전히 디지털 EQ이고 Q값을 조절할 수 있다면, 필요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조절하면 되니까요. Q와 주파수 값을 조절하면 가청 주파수 내에서 얼마든지 Ideal한 응답을 만들 수 있습니다. 20kHz 이상은 전혀 다르겠지만, 어차피 가청주파수 바깥이라 안들립니다.
이렇게 두 EQ를 저역앳 동일하게 맞춘 후,
고역으로 올린 결과 한 EQ는 Q를 유지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Q를 다시 키워준다면 가청 주파수 범위 내에서 비슷한 응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위상 응답 또한 가청 주파수 범위 내에서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Cramping을 해결해둔 EQ가 선호되기는 합니다. Cramping이 일어난다는 것은 음역대마다 EQ가 적용되는 Bandwidth(=Q)가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2kHz에서 ‘이 정도의 음역대를 조정하고 싶어’ 하는 것과 10kHz에서의 그 감각이 다르게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결국 이것도 숫자에 의존하지 않고 귀로만 판단하면 문제 없기는 합니다.
이러한 예시로, Metric Halo의 Channel Strip 3 플러그인이 있습니다. 이 플러그인은 EQ에 Cramping 대책이 내재되어 있지 않지만, Q값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원하는 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플러그인은 Serban Ghenea가 자주 쓴다고 알려져 있고, 테일러 스위프트와 the weekend등의 곡에서 EQ Cramping된 소리를 듣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곡들을 감상할 때 ‘아, 이건 EQ 고역대의 위상 반응이 어떠한걸 보니 오버샘플링 되지 않았구나!’ 하고 들릴까요? 절대 없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EQ를 쓸 때 Cramping을 걱정할 필요 없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값들을 조절하는데 집중하면 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좋은 오후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