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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오랜만에 라이브 PA를 했다. 고등학교 밴드부를 시작으로 대학교 밴드부, 군대 밴드 동아리와 각종 부대 행사의 음행 지원, 전역 이후 작곡 동아리 공연까지 원래 내가 하던 일은 라이브 음향이다.

저 공연장은 대학교 소극장으로 벌써 몇 번이나 작업했던 공간이라 내부 배선하고 랙장 구조는 이미 다 파악했다. 그래도 신기하게 매 년 라우팅이나 장비가 바뀌는데, 이는 거기 장비들이 너무 노후화되어 노이즈가 심하거나, 작동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파워 컨디셔너를 켤 줄 몰라서 멀티탭을 덕지덕지 연결하다 빠지고 한다. 그럴 때 마다 다시 복구해두는 편이지만, 가끔 아예 죽는 장비들이 있다. 저 컨트롤 룸의 메인 콘솔과 파워앰프 신호 믹서가 노이즈를 감당하지 못해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밴드 공연시에는 동아리의 PA를 들고 와서 앰프와 드럼 마이킹, 보컬 마이크 등을 처리하지만 그런 장비가 없는 동아리의 공연의 경우 최대한 내장 장비들을 활용해야 한다. 저 공연이 그런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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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입력 오인페와 본체, 모니터, 마이크, XLR 케이블 정도만 챙겨서 자리를 먼저 잡는다. 다음으로는 무대의 매립 박스에 XLR을 연결하는 것이다. 저 공연장은 TRS 커넥터로 매립해둬서 TRS M - XLR - F 미니 케이블도 많이 챙겨야 한다. 이어서, 컨트롤 룸의 콘솔 뒷면을 열어 입력선을 빼서 오인페로 바꿔준다. 이때 무대에서 마이크로 번호 매칭이 잘 되어 있는지도 확인한다. 오인페의 출력은 다시 콘솔의 출력선과 바꿔주고 랙장에서 파워 앰프로 신호가 잘 들어가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랙장에서 파워앰프 믹서로 무대 앞쪽 스피커와 뒤쪽 스피커의 밸런스를 잡아주면 된다.
Cubase에서는 각 입력을 잘 잡아주고, 각 트랙별로 사용하는 마이크를 잡아준 뒤 리허설을 하며 EQ와 컴프를 최대한 잡는 것이다. EQ도 세세하게 컷 하는 것보다 넓게 부스트하는 톤 쉐이핑 위주로 했다. 특히 다이나믹에 보컬이라 10kHz 부스팅을 많이 했다. 컴프는 RVOX를 쓰는데 진짜 진리다. 리버브는 리소스 사용량이 적은 Valhalla VintageVerb를 썼다.

라이브 공연의 가장 큰 무서움은 휴먼 에러다. 분명 같은 마이크를 쓰고, 스위치를 꼭 켜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에도 다른 마이크를 잡아서 세팅이 틀어졌다. 금방 뮤트를 풀었지만, 아찔했다.